“졸업생에 요구되는 이론·실무 소양 기준의 사회적 합의 필요”
“평가·성적부여 기준, 25개 로스쿨 공동논의로 합의점 찾아야”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로스쿨 도입 10년을 맞아 로스쿨의 성과와 과제를 돌아보고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법과대학 시절에서부터 로스쿨 시대에 이르기까지 교육 프로그램과 성과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서울대 로스쿨 교수들이 참여한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대 법학연구소와 아시아태평양법연구소가 공동기획한 ‘로스쿨 10년의 성과와 개선방향’ 연구에는 서울대 로스쿨 교수 17인이 참여해 지난해 8월부터 9개월간 진행했다. 이번 연구를 위해 서울대 로스쿨 소속 교수, 재학생 및 졸업생의 의견을 청취하고 대법원 등 유관기관, 현직 변호사, 입시 전문가 등 법조인 양성제도에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도 반영했다.
주제는 크게 ①변호사시험 및 취업 ❷교육 ③입학 및 장학 ④연구의 4개 분야로 나뉘며 이 중 변호사시험 및 취업을 제외한 3개 분야는 서울대 로스쿨 차원의 개선 방안이 논의됐으나 해당 논의가 전체 로스쿨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전 분야의 논의를 상세히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두 번째 순서로는 로스쿨에서의 이론 및 실무교육과 평가방식, 취업에의 연계에 관해 다룬다.
1학년 1학기 필수과목 P/F 도입 등 성적 평가 방식 완화 필요성 제기
사교육이 아닌 학교에서 이뤄지는 ‘양질의 교육’은 로스쿨 제도의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 도입 10년을 맞은 지금도 로스쿨 졸업생이 갖춰야 하는 이론과 실무 소양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즉 양질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평가할 기준 조차 없는 셈이다.
연구팀도 로스쿨의 교육에 관한 논의의 전제로서 로스쿨 졸업생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이론과 실무 소양 기준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아울러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와 각 로스쿨이 정한 교육 목표 달성, 변호사시험 및 취업, 입시 및 장학제도, 교원자격요건 등 로스쿨 제도 운영 전반에 관한 개선방안과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먼저 교육 방식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는 서울대 로스쿨의 운영 형태를 기준으로 전개했다. 필수과목 내용과 필수과목을 교육하는 시기 및 순서, 분반 시의 기준과 방식 및 각 반의 교재와 자료의 통일성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필수과목의 수와 종류에 대해서는 현행 법령이 규정하고 있어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렵지만 향후 개정 가능성을 염두하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에서 필수과목의 내용과 순서 등을 논의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필수과목 중에서도 민법의 경우 현재 3학기에 걸쳐 수업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편제 자체를 재구성해 1학년에 필수과목으로서의 민법 수업을 모두 마치도록 하자는 의견도 일부 학생들과 교원들에 의해 제기돼 왔다는 점을 고려해 전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분반해 수업이 진행되는 필수과목의 경우 진도 및 교재, 판례의 선정과 해석에 이르기까지의 동일성 정도를 정해야 하며, 분반 기준도 현행 선착순 방식을 유지할지 추첨 방식 내지 학번에 따른 배정 방식으로 전환할지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 문제와도 연계되는 평가방식에 관해서는 현행 방식보다 다소 규제를 완화하는 형태로 변경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서울대 로스쿨의 경우 필수과목은 보다 엄정한 상대평가 방식으로, 선택과목은 보다 완화된 상대평가 방식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 선택과목의 경우 수강생이 소수인 경우 학생의 실력과 노력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성적이 부여되거나 교원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다.
연구팀은 1학년 1학기 필수과목에 P/F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과 필수과목에서 상대평가의 틀은 유지하면서 각 등급별 인원배분 기준에 담당교수의 재량을 확대하는 방안, 선택과목은 원칙적으로 절대평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 실무연습 등 기록형 과목에 P/F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
이 중에서도 1학년 1학기 필수과목의 P/F 평가는 서울대 로스쿨이 독자적으로도 적극적인 추진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1학년 1학기 과목에 P/F제를 도입함으로써 입학전 선행학습 정도에 따른 불공정한 성적 차이를 최소화하고 입학 직후 부적응으로 인한 휴학을 감소시키며 로펌들의 과다한 조기 채용 경쟁을 억제하는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가 방식과 관련해 연구팀은 “평가와 성적 부여의 기준 등은 학생들의 취업실태와도 민감한 상관성을 가지며 각 과목 담당교원의 과목 운용에도 큰 영향을 미치므로 교내 차원을 넘어 전체 25개 로스쿨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며 “위에 언급한 여러 방안들은 각각 장단점을 가지므로 서울대 로스쿨 전체의 논의와 함께 25개 로스쿨 공동 논의를 통해 합의된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스쿨에서 효과적·실질적 실무교육 가능하고 필요한지’ 근본적 의문도
로스쿨이 과거 사법시험 제도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인 실무교육에 대한 논의도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부분에서 시작했다.
연구팀은 로스쿨에서의 실무교육의 목표 및 이에 따른 최소한의 기준이 무엇인지, 로스쿨에서의 실무교육이 3년의 교육과정 중 어떤 비중으로 어떤 시점에 제공돼야 하는지, 교원과 외부 실무가 중 누가 수업을 담당해야 하는지,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여기에 로스쿨에서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실무교육이 가능한지, 반드시 실무교육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이 외에 로스쿨에서의 실무교육은 학내 교수가 주가 되어 개설하면서 필요한 경우 외부 실무가와 공동으로 강의하고 클리닉 과목으로 운영하거나 하계 내지 동계 실무실습과 연계 또는 대체하는 방안, 로스쿨에서 이뤄지는 실무과목 성적평가를 P/F 방식으로 하는 방안, 실무교육은 인턴십 등 실무실습 기회를 통해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로스쿨 교과과정에서는 기초가 되는 법학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 등도 제시됐다.
연구팀은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의 관점에서 그리고 법률시장의 소비자 관점에서 바람직한 실무교육의 주체, 내용, 시기, 방법론 및 평가방식을 전체 교과과정의 체계 속에서 검토하고 논의해야 한다”며 민사재판실무, 형사재판실무, 검찰실무, 경찰실무 등 현재 제공되고 있는 실무과목들의 필요성과 재편성 가능성도 원점에서부터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변호사시험에 대한 수험 부담 등으로 당초 취지와는 달리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특성화 교육에 대한 개선안으로는 학생들이 각자의 관심과 희망진로에 따라 복수의 학회 등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것과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성화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학생 각자의 관심과 희망경로에 따라 수강과목-실무실습-학회활동 등의 교과 외 활동-취업으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경로를 개발하고 학생들에게 진로 및 취업 지도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
또 특성화 영역의 지정과 운용이 현재와 향후 법조인력 수급상황 및 수요에 부합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검토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교육 및 변호사시험, 취업과 연계되는 기타 논의로 수업의 구체적 내용과 수업목표에 따라 강의와 토론 등 다양한 교육방법론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교육방법론에 대한 교수 심포지엄을 정기적으로 개최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교육방법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 논의됐다. 이와 관련해 기본과목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형 강의로 편성하고 강의 방식을 기본으로 하며 선택과목 및 심화과목은 보다 다양한 교육방법론을 사용하고 학생들에게 글쓰기, 발표,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로스쿨에 진학한 가장 직접적인 목표인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변호사시험 관련 정보와 상담, 모의시험 기회를 충실히 제공하고 가이우스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양질의 교육을 위한 인력 제공 및 기술적·시설적 지원의 필요성, 학생 지도 및 취업 추천에 있어서 교원이 학생의 희망과 적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수강 및 실무실습 경로를 지도하고 추천하며 이를 바탕으로 취업 추천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 등도 있었다. 지도 및 취업 추천 등의 개선방안 중 하나로 학생들의 희망진로 및 취업희망 방향과 연계해 각 해당 영역 교수들이 공동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지도교수 그룹제가 제안됐다.